"원장님, 저는 그동안 관계할 때 아픈 게 당연한 건 줄 알았어요."

어느 50대 주부의 고백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삽입할 때마다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을 그저 '내가 예민해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 겪는 당연한 통과의례라 여기며 꾹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들 아프지 않다고, 심지어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억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아프지 않고 싶다."

많은 중년 여성이 홀로 속앓이하는 '성교통(Dyspareunia)', 오늘은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엄살이 심하시네요?" 오해받는 고통

산부인과 검진 때 질경이 들어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오므라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 경험, 있으신가요? 의료진에게 "환자분 너무 예민하세요, 힘 좀 푸세요"라는 핀잔을 들었다면, 이는 단순한 예민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성교통을 겪는 분들의 대표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몸을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죠.

2. 아픈 데는 '진짜' 이유가 있다

통증의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입니다.

• 유발성 전정통: 특정 부위가 닿기만 해도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 건조증: 갱년기 호르몬 변화로 윤활액이 부족해져 마찰 통증이 발생합니다.

• 질경련: 통증에 대한 공포로 질 근육이 스스로 꽉 닫혀 삽입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 그 외: 질 입구가 좁아지는 밴드통, 내부 근육이 뭉쳐서 생기는 근육통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3. 남편의 오해: "나를 싫어하나?"

성교통은 부부 사이의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다가올 때, 여성은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거나 몸을 움츠리게 됩니다. 이때 남성들은 여성이 '아파서' 피한다는 생각보다는 "나를 거부하나?", "나를 사랑하지 않나?" 와 같은 감정적인 오해를 하기 쉽습니다.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침묵과 회피는 오히려 부부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아프지 않고 행복할 권리

"여자가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며 포기하지 마세요. 성교통은 참아야 하는 노화의 당연한 과정이 아닙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부부가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터놓고 이야기할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와 관계의 회복이 시작될 것입니다.

50대, 60대에도 아프지 않고 행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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